맺음말 — 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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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번역본 (현재)
므
맺음말
정인지
맺음말
맺음말
자연의 소리 자연의 글자
하늘과 땅에 자연스러운 소리가 있으면, 반드시 그에 맞는 글자도 있
게 마련이다.
옛사람들은 이러한 소리를 바탕으로 글자를 만들어, 세상의 모든 뜻
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하늘 땅 사람의 삼재 이치를 담아
후세 사람들이 함부로 바꾸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역의 풍토와 환경
이 다르면, 소리와 기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우리 글의 필요성
그런데 대체로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 말에는 그 말소리에 맞는 글자
가 없어, 한자를 빌려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마치 모난 자루를 둥근
구멍에 끼우는 것과 같아 자연스럽게 소통하기 어렵다. 각 나라마다
고유한 말소리에 맞는 글자가 있어야 한다. 억지로 같은 글자를 쓰도
록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나라는 예절과 문화적 수준은 중국에 못지않다. 우리 말은 중국
말과 뚜렷이 다르다. 그러나 우리의 말에 맞는 글이 없어 한자을 익혀
야 했고, 그 뜻을 깨닫는 데 어려움이 컸다. 이 때문에 법을 다루는 관
리들 조차 사람들의 사정을 깊이 살피는 데 한계가 있었다.
맺음말 217

이두의 한계
옛날 신라 때 설총이 처음으로 이두를 만들어, 관청과 사람들이 우리
말을 적는 데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두는 한자를 빌려 적었기에 자연
스럽지 않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또한, 이두는 너무 복잡하고 체계가
정리되지 않아, 실제로 쓰는 말과 맞지 않아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
다.
쉬운 아침 글자
세종대왕께서
1443년 겨울,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
그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지으셨다.
예시와 뜻을 간략히 담아
‘예의’를 보여 주셨다.
글자의 모양은
옛 글자와 닮았으나
소리는 칠음에 맞게
조화를 이루며 구성되었다.
하늘 땅 사람 삼극의 이치와
어둠과 밝음의 어울음을
모두
218 담아내어

신비롭고 완벽하다.
28자의 조합만으로
무한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어,
간결하면서도
요점을 잘 나타내고,
정밀한 뜻을
담으면서도,
널리 통한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 한나절이면
깨우칠 수 있고,
더딘 사람도, 열흘이면 익힐 수 있다.
또한, 이 글자로 한자의 뜻을 풀어
이해할 수 있으며,
소송 사건을 기록하면
그 속사정을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정음은 배우기 쉽고,
일상에서도
매우 실용적으로 쓸 수 있다.
맺음말 219

바람소리도 담을 수 있는 정음
정음의 글자 소리는
맑고 흐린 소리를
구별하여 표현할 수 있다.
음악과 노래처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정음은 글을 쓰기 위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다.
심지어
바람이 스치는 소리,
학이 우는 소리,
닭이 울고
개가 짖는 소리까지도
모두 들리는 그대로
글로 적을 수 있다.
스스로 혼자 깨우칠 수 있는 글자
세종대왕께서는 사람들이 쉽게 깨우칠 수 있도록,
자세한 해설을 덧붙이기를 바라셨다.
이에 소신 정인지는
집현전 응교 최항, 부교리 박팽년, 신숙주, 수찬 성삼문, 돈령부 주부
강희안, 행 집현전 부수찬 이개, 이선로 등과 함께,
여러 풀이와 예시를 모아 간략히 서술하였다.
세종대왕께서는
이 내용을 보고
사람들이 스승 없이도
스스로 깨우치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정음 창제의 근원과 세심한 뜻은
너무 깊고 신비해서,
우리들이 온전히 밝히기 어려웠다.
공손히 생각하건대,
우리 전하께서는
하늘이 내신 성인으로서
지으신 제도와 업적이,
모든 왕들을 뛰어넘으셨다.
맺음말 221

#하늘이 내린 축복
222

어디서나 통할 정음
정음 창제는
옛사람들이 이룩한 것을
따른 게 아니라 ,
자연의 이치를
따른 것이다.
참으로 그
깊은 이치가
닿지 않는 곳이 없으니,
사람의 힘으로
사사로이
만든 것이 아니다.
정음은
자연의 이치를 따랐기에
쉽고, 보편적이며
체계적이어서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맺음말 223

새로운 빛의 시대를 열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매우 깊지만,
만물의 뜻을 깨닫고
모든 일을
온전히 이루게 하는,
큰 지혜는
바로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훈민정음의 창제로
우리나라는
찬란한
새로운 빛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224

#신이 내린 소리 #새로운 시작 #빛의 역사
맺음말 225

발행일과 글쓴이
1446년(세종 28년) 9월 초열흘, 자헌대부 예조판서 집현전 대제학
지춘추관사 세자우빈객 정인지는 두 손 모아 머리 숙여 삼가 씁니다.
#정인지 #집현전이 있었던 경복궁의 수정전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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